화외지민에게 지형사는 가장 많이 접하는 기관이다.
길거리에서 거주증을 검사하는 것도 지형사, 인구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지형사, 축제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지형사, 길거리에서 도둑을 잡는 것도 지형사, 영수(永狩) 평원에서 생태환경을 조사하는 것도 지형사, 선주가 인력이 강한 천체를 지나갈 때 최신 「별시간 표준」을 발표하는 것도 지형사……
화외지민과 지형사의 만남이 이렇게 빈번해서 한동안은 이 글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든 선주에서 얼마간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형사의 직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형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은 아주 이상한 조직이었다.
그들이 공개 발행한 공식 문건을 읽어보면——예를 들면 모든 화외지민이 모두 받는 ≪화외지민의 즐거운 법률 경전≫과 황당한 내용으로 널리 퍼진 정치 홍보 다큐 ≪별뗏목의 바다 수호≫에서 지형사의나, 지형사가 보여주려고 하는 면모는 전형적인 법 집행 부서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질적인 업무를 살펴보면, 그들의 업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치안, 소방, 인구, 역법… 제도가 완벽한 정부 부문은 위에 말한 직무를 동시에 갖추기 힘들다.
또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한 가지 있다. 지형사는 명의상 선주의 일반 형사 사건(중대 사건은 시왕사의 업무인 듯하다)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형사 사건의 체포는 운기병이 담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형사는 명목상 역법을 공포하고 있지만, 데이터 수집은 천박사의 업무이고, 데이터 계산은 태복사의 업무이다.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지형사의 대외적으로 알려진 모습은 다른 기관들의 뒤처리를 해주는 부서이다. 한마디로 「하수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들은 선주의 모든 사람들의 평온한 삶을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설마 세상에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고생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상식으로 추측해봤을 때, 사람들은 이미 지형사와 여러 부서 간의 관계를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형사가 모든 부서의 하위부서가 아닌 실질적인 상급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빈민가 거리부터 상아탑 꼭대기까지, 고생하는 집법관도, 책상 앞에 앉은 학자들도,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람 모두 그들이다. 선주에서 그 누구도 지형사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당당한 첩자이기에 당당히 우리들 사이에 서 있고, 우리는 그들을 못 본 척한다.
이런 생각에 소름이 끼치고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