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첫 번째 사건•어둠으로의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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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가 고개를 내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상홍 선생, 원하 아가씨가 마각의 몸이 된 건 선생의 계략 때문입니다」

「그건 역병의 재앙이 선주 사람에게 내린 저주입니다. 제가 해쳤다는 근거가 어딨습니까?」 상홍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남편이 궁지에 몰리자 환환이 벌떡 일어나 날 선 목소리로 반박했다. 「저희 남편이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남을 해칠 사람은 아니에요. 몸이 작아지더니 머리까지 쪼그라든 거예요?」

「무엄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마조가 환환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럼 아무 증거도 없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냐?」

원체 덩치가 큰 탓에 마조의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했다. 씩씩거리는 거인의 모습에 환환은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상홍은 계속 반론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운명이 걸린 문제였기에.

「마각의 몸이 되는 건 자연현상입니다. 사고 전에는 명학을 통달한 의사였으니 잘 아실 테지요. 자연현상은 저희가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부는 마조에게 앉으라고 손짓하곤 상홍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드리울 때까지 빤히 쳐다봤다.

「선생 말이 맞소」 어부가 느릿하게 말했다. 「허나… 플라스마 폭풍을 제어할 수 없어도 비행사를 속여 플라스마 폭풍 속으로 보낼 수 있고, 운석을 제어할 수 없어도 운석으로 폭탄을 만들 수 있는 법. 마각의 몸을 제어할 수는 없어도… 밖으로 유인해 낼 수는 있습니다」

상홍이 긴장되는 듯 웃었다. 「하하… 농담이 심하십니다. 마각의 몸이 되는 방법이라니… 꼭 시왕사의 기밀처럼 들립니다만…」

「선생은 약재 장사꾼인 숙부로부터 약재를 구매했습니다」 어부의 손짓에 마조가 들고 있던 종이를 펼쳐 보였다. 그건 약재 주문서였다.

어부가 일어서자 마조는 공손한 태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부에게 펼쳐 보였다. 어부는 글씨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자네는 아주 똑똑하지. 공부도 많이 했고. 하지만 그 지식을 제대로 된 길에 이용하지 못했어. 자네는 방호까지 가서 방호 여우족들이 쓰는 처방전을 구했지. 방호의 여우족은 나부 사람들은 잘 모르는 독특한 의학 체계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자네 삼촌, 지형사, 심지어 시왕사까지 속일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 속일 수는 없을 걸세」

「도대체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상홍은 미소를 잃은 채 차가운 시선으로 어부를 노려보았다.

「『탕당』, 『라개답가』, 『진육』… 방호 여우족들의 약전에 따르면 이 처방전은 『태비간동』이라고 불리지. 우리 말로 하면 바로 『조병』이라는 뜻이야」 어부는 페이지를 넘기더니 여유로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방호 여우족들이 약전에 따르면 당시 원하의 증상은 뭐라더라… 그래. 『하시』, 우리 말로 하면 『우울』이었어」

여기까지 들은 마조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하마터면 어부와 부딪힐 뻔한 마조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런 개자식 같으니! 원하는 누구보다 널 믿었어. 그래서 네가 준 약을 의심 없이 먹은 거였다고. 그런데 증상과 반대되는 약을 주어 증상을 악화시키다니!」

하지만 상홍은 반박을 이어갔다: 「좋습니다. 아부님. 제가 잘못된 약을 주어 우울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치죠. 그런데 그게 마각의 몸과 무슨 상관이죠? 어부님께서도 명학을 아시니 『관련성과 인과성이 다르다』는 도리는 알고 계시겠죠」

상홍의 질문에도 어부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이야. 나부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만 해도 수백만이지만 대부분 잘 살아가고 있어. 마각의 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 하지만 자네가 한 짓은 원하의 상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었어. 그건 겨우 계획의 첫 번째일 뿐이었지.

「그 다음이 바로 계획의 관건이었어. 자네 아내 환환은 매주 원하의 집으로 가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었지. 자네는 환환에게 원하의 집에 있는 물품들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라고 말했어. 새로운 물건을 하나 추가하고 오래된 물건을 훔쳐 가고 원하 몰래 개인적인 편지에 답장을 하고 일적인 부분들도 약속을 하곤 했지. 이런 상황들에 원하가 의아함을 느낄 때마다 자네들은 아주 억울한 척했겠지. 원하는 누구보다 자네들을 믿었으니까. 단 한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의 삶은 엉망이 되었어. 자주 쓰는 빗이 어디로 갔는지, 왜 갑자기 새 거울이 생긴 건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왜 상사에게 무례한 말을 했는지. 온통 그녀가 모르는 것 투성이었으니까. 여기에 자네들이 준비한 『영단묘약』의 효능까지 더해져 원하는 미쳐버리게 된 거야.

「가장 슬픈 건 원하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네 부부를 의심하지 않았다는 거야. 하긴, 이 세상에 자네들처럼 악독한 사람이 있다고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