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나부에서의 마지막 밤≫

3위 ≪나부에서의 마지막 밤≫
감독: 자성
극본: 자성

——가끔씩 삶은 30%의 실망, 30%의 당황스러움, 30%의 무력함 그리고 5%의 고난과 5%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어.
——만약 너한테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면 받아들일 거야?
——당연하지.

해원은 선주의 상인으로 올해 1100살로 이제 곧 마각의 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제대로 생각을 하는 것조차 힘든 그는 질병의 침식을 견뎌낼 수밖에 없다. 시왕사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맞이하기로 다짐한 날 밤, 해원은 아주 긴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그는 광활한 초원에 도착했고 그곳에서는 그는 천 년 동안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모두 만나게 된다. 기나긴 꿈속에서 해원은 자신의 기억속의 사람들과 삶, 철학, 종교, 예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이른다. 환경의 마지막, 해원은 새벽 즈음 깨어나 미소를 지으며 시왕사로 걸어간다.

무혁은 TOP 10위에 선정된 작품의 감독, 작가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무혁은 ≪정군산≫이라는 작품으로 장낙천 환경 페스티벌의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나부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 환경, 최우수 오리지널 각본, 최우수 체험, 3대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둔 ≪정군산≫과는 달리 ≪나부에서의 마지막 밤≫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참담했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환경을 체험하는 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환경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스토리 자체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부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주 위대한 작품이다. 본 환경은 인간의 심리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인간의 갈망과 공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한 인간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 어떻게 스스로를 인정하고 용서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본 작품은 단순한 환경이라기보다 인간의 내면 심리를 자세히 보여주는 해부학 보고서라고 부르는 게 더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

꼬투리 잡기가 특기인 일부 평론가들은 여우족 감독인 무혁이 마각의 몸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꿈 세계에 대한 처리 또한 비과학적인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무혁은 이 작품을 통해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본 작품에서 말하고 있는 「마각의 몸의 꿈」은 실제 단어로서의 의미가 아닌 더 고차원적인, 상징적인 개념이다.

다들 알다시피 여우족과 비디아다라는 마각의 몸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 슬픔, 실망, 안타까움과 미련 등등,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질문의 답을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왜 잘 살아가야 할까?」

「그것은 아마 우리의 다른 반쪽 사랑을 위해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