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 이 대목에서 아르템은 달미르와 함께 구세계의 「포탄」에 올라탄다. 두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란 용감한 마음으로 깊은 우주로 향한다.
……
화산 대포의 충격은 비행체 설계에 감안되지 않았다.
「포탄」이 발사되는 순간 엄청난 속도에 도달해 발사장에 모인 모두가 식은땀을 흘렸다. 정말 괜찮은 걸까? 「포탄」의 내부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다. 아르템과 달미르는 수십 배의 중력을 견디느라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순간 아르템은 의식을 잃었고, 의식은 설원에서 조난당했을 때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이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고, 그는 놀라운 의지와 정신력으로 깨어났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자 아르템은 비행체 속 충격 완화 장치의 역할을 깨달았다. 그게 없었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미르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눈이 뒤집힌 채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달미르는 기절했을 뿐인 걸까, 아니면 버티지 못한 걸까? 아르템이 통신기로 여러 차례 불렀지만,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포탄」의 창을 통해서 점점 가까워지는 위쪽의 하늘뿐 아니라 아래쪽의 먼 땅도 훤히 볼 수 있었다.
땅 위에 우뚝 솟은 절경이 마치 그림처럼 아르템의 눈앞에서 빠르게 펼쳐졌다. 익숙한 경치가 사라지면서 더 낯설어졌다. 계기판 숫자 역시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비록 여러 가지 징조가 간단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지만, 아르템은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그들이 빠르게 행성의 표면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상에서 5천 킬로미터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용암의 나라의 건축물들이 잘 보였다. 특히 「포탄」을 발사한 주화산 대포는 뚜렷하게 보였다.
주화산의 발사로 인한 암석 붕괴 때문에 연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높이에서 용암 벌레는 찾기 힘들 정도로 가늘어 보였고, 산 중턱의 마그마도 거미줄 무늬가 되어 더이상 자극적인 색으로 보이지 않았다.
화산재가 섞여 있는 공기가 빠르게 움직이자 지면의 경치도 점점 흐릿해져 갔다.
——지상에서 1만 킬로미터 떨어졌다.
아르템은 봄의 초원을 보고 있었다.
만 미터 상공에서 아르템은 간신히 괴수의 등 쪽 경계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괴수의 전체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역시나 우뚝 솟은 거물다웠다. 지나온 긴 길이 한눈에 들어오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그 길을 따라 아르템의 시선은 설산을 넘어 눈보라 속으로 향했다. 차가운 얼음의 도시는 빠르게 흐르는 구름과 눈 속에 가려져 도시의 윤곽을 온전히 볼 수 없게 되었다.
안나는 긴 모험이 끝날 때마다 아버지와 고기를 잡으러 나가 피로를 풀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여정이 끝나면 어떻게 휴식을 취하려나…….
옅은 구름에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하면서 묻어뒀던 생각이 떠올왔다. 「포탄」은 어디까지 날아갔을까…….
——그들은 그때까지도 올라가고 있었다. 어두운 밤이 될 때까지.
벨로보그가 어둠의 땅에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 도시의 등불이 고작 동전 하나 크기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아르템은 그곳은 분명 벨로보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변의 혹한과 어울리지 않는 열도 기후가 구름 위로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바로 그 온기가 벨로보그를
행성 위에서 바라본 벨로보그는 식판의 콩알처럼 보잘것없었다. 한때는 벨로보그와 주변의 눈보라만이 온 세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그건 그가 자신의 편협함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이런 높이에서는 누구든지 깨달을 것이다. 이런 편협함이 얼마나 가소로운지.
——지상에서
아르템에게는 이미 행성의 곡선이 뚜렷하게 보였다.
거대한 오로라가 나타나 화려한 색체로 행성 표면을 살짝 덮었다. 아르템은 한때 벨로보그의 대지에 서서 꿈결같이 가벼운 베일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을 바라봤지만, 지금은 오로라가 그의 아래에 있다.
바로 그때, 통신장비에서 잡음이 들려왔다…….
「…아… 아르템! 우리! 아아아아! 하늘에 왔어요! 아아아아… 콜록콜록… 콜록……」
달미르의 뒤늦은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아르템의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
——지상에서
그것은 원기둥 형태의 거대한 공간으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아르템은 회전하는 원심력을 통해 중력의 체험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과학적 환상을 들어보긴 했지만, 터무니없는 이론이 막상 눈앞에서 펼쳐지자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다.
구세계 사람들이 이 「포탄」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당황할까, 놀랄까? 침략자로 몰려 격추당하는 것은 아닐까?
「포탄」 내부에 내장된 음악이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간질간질하고 상쾌한 드럼 소리와 기타 소리는 마치 여정이 끝나기 전의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
「머나먼 우주 통신이 호출합니다」
「머나먼 우주 통신이 호출합니다」
……
「포탄」이 가까워질수록 천상의 영역의 내부도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원기둥의 안쪽부터 「천상의 영역」은 거대한 네모진 구역이었다. 네모난 구역의 맞은편 시작과 끝부분이 이어져 원기둥을 이루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는 어느 위치에서나 고개를 들면 거꾸로 매달린 거리를 볼 수 있었다.
거리에는 물리적 상식에 어긋나는 다양한 건물들이 즐비했다. 기계 거장들이 블록을 이어 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각종 건축 모듈이 자유롭게 조합되어 가지런한 블록 형태의 거리가 끊임없이 위치를 조정하고 있었다. 아르템의 눈에는 「도시」 전체 숨쉬는 것 같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큐브처럼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고도의 이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오래도록 버려져도 때묻지 않을 예술품처럼, 「천상의 영역」은 쓸쓸히 떠다니며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마치 「포탄」의 존재를 감지한 듯 똑같은 비율의 도킹 거치대가 튀어나왔다. 거인이 벌레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아르템은 마음을 졸이며 거치대를 향했지만, 여정의 마지막 순간이 처절한 대충돌 속에서 깨져 버릴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예상했던 착륙 실패는 일어나지 않았다. 거치대는 가볍게 진동하며 「포탄」을 부드럽게 받쳐 천상의 영역 계류장으로 유도했다.
통신기의 느릿한 음악도, 여전히 이어졌다…….
……
「별들의 계단에 올라」
「우주의 화랑 속을 거닐고 있네」
「오늘밤 은하는 잠 못 이루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