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장수종•1

친애하는 클리오에게:

먼저 나는 본 서신을 통해 클리오 학사에게 원고료 청구와 관련된 어떠한 권리도 포기함을 선언하는 바이네.

좋아, 자네는 그저 이 내용을 좌절감을 토로하는 늙은이의 불평으로만 받아들여 주게. 출발하기 전에 자네는 내게 왜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아직 이 「나부」에 오는 임무를 받아들인 거냐고 물었었지. 그때 난…… 미안하네. 당시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 그래도 정중히 그 문제에 대해 자네에게 대답하는 게 맞는 것 같네.

학회가 우리를 이곳에 보낸 것은 이득을 꾀할 수 있는 학술 교류를 위한 것이지, 보고서를 통해 선주의 풍경 하나 하나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장수종」이라는 이 중요한 문제에 관해 내가 지금까지 알게된 거라곤 내 전임자들처럼 풍경을 보는 것뿐이라네.

내가 「나부」에 온 지도 벌써 12개월이 지났군. 선주 사람들의 성력에 따르면 1년이 벌써 지난 게야. 나는 허리 디스크의 통증을 견디면서까지 별뗏목의 바다에서 유명한 「오아시스 축제」에 참가하였고 사절의 소개로 가히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소다 두유」를 마셨네(이걸 문화유산이라고 하는 건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네. 백 년 동안 넣어둔 발효 음료를 마신다고 생각해 보게. 허, 하긴 선주 사람들의 생명으로 볼 때 백 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긴 하지). 단정사에서 「금침자혈」 치료를 받으니 스무 살은 젊어진 것 같더군. 집으로 돌아가 마누라의 솥 주걱을 몇 번 더 맞을 수 있겠어…….

이런 무의미한 행동들이 모두 끝난 후 나는 실패했던 전임자처럼 그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하겠지: 「골다공증, 기억력 감퇴, 낡은 침대 시트 같은 피부 주름을 가지고 있는 늙은이를 젊었을 때의 상태로 되돌리고 다시 천 년 동안 원 없이 살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당신들 선주 사람들처럼?」

난 그 질문을 던지지 않았네. 클리오, 난 어떠한 질문도 던지지 않았단 말일세. 이게 바로 내가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이 서신을 통해 자네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이유이지.

우주 전체의 지적 생명들은 누구나 죽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 우리는 생명의 고통에 한없이 괴로워하면서도 더 오래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한다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도움 없이는 대부분의 영장목 지적 생명들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자연 노화와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 소수 종족——「장수종」이라 불리는 인류의 아종을 제외하고는 말이야.

어떤 에이언즈(보통 약사)의 즉흥적인 축복을 받은 영장목 지적 생명들은 죽음이 만든 피와 살의 경계를 뛰어넘었네. 그들이 가진 긴 수명과 번식 능력은 결국 재난이 되고 말았지.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침략으로 인해 세계 각지의 자원이 약탈되었고 심지어 생태계까지 개조하였다는 것이라네. 아마 자네는 이 「풍요의 주민」 민족들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풍요의 주민에 대한 지식학회의 연구 프로젝트는 적지 않은 편이지.(내가 알기로는 그중 일부는 전혀 인도적이지 않지만, 중요의 주민들에게 인도주의를 논하는 건 과한 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네.) 학사들은 모두 동일한 결론을 얻었네. 「풍요의 주민」의 수명 연장 방법은 유전적 특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세. 동족을 산 채로 삼켜 먹고 이수의 피를 수혈받은 다음, 집단 생물의 둥지가 되거나 아니면 겨울잠과 껍질을 탈피하는 방식으로 몸을 복구시키는 거지…… 대부분의 풍요의 주민들은 손쉽게 영원한 생명을 얻는 동시에 정상적인 심리적 상태를 잃고 흉악한 야수처럼 행동한다네(풍요의 주민들과 비할 때,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호랑이가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이보다 더한 공포를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 풍요의 주민과 관련된 비밀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이를 상업화할 수는 없겠지. 부자들은 결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 영생의 요법을 위해 돈을 쓰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학회는 결국 더욱 문명화된 장수종인 선주 연맹으로 눈을 돌렸네. 그들은 같은 장생종인데도 불구하고 풍요의 주민과 서로를 적대시하며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 선주 연맹은 이성적인 교류가 가능해 보이니 조금 돈을 쓰더라도 그들에게 장수종의 비밀을 사 오는 건 어떨까?

흥, 자원 교환, 정치적 교섭, 무역 전쟁……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써 봤지만 소용없었고 이젠 정기적인 학술교류만 남았지. 학회는 여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우리 같이 불행한 자들을 계속 선주에 보내고 있네. 학술 교류라고? 아니, 우리는 지금 「간첩」이라는 꼬리표를 머리에 달고 있네. 선주 사람들이 설마 우리의 의도를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들이 거리에서 실수로 중요한 정보를 흘릴 거라고 기대하는 건가? 설마 관리학파의 대학자들은 전부 바보들로만 모인 건 아니겠지?

정말 미안하네, 클리오. 이렇게 많은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걸 보면 나도 그 바보 중 하나일지 모르지. 난 이게 불가능한 임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곳에 왔다네. 난 더 이상 자네에게 수업을 해주던 그 중년이 아니기 때문이지. 난 늙어서 관절이 잘 말을 듣지 않는다네. 관절에는 철가시가 돋아나서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이 우주를 저주할 수밖에 없지. 이런 젠장, 어째서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관절염은 영원히 치료할 수 없는 거지? 컴퍼니에서 제안했던 사이버화 의료보험 솔루션을 거절했던 게 너무 후회될 따름이야. 그때 난 너무 거만해서 절대로 늙을 것 같지 않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내가 틀렸네. 아직 내 숨이 끊어지기 전에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기만을 바라네.

자네의 선생, 토드•레오드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