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 연구 기지의 모든 구성원에게:{SPACE}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오매로우 개척단 4대 단장 클레노바입니다.
과거 한파가 다가오자 지상의 지오매로우 비축량은 순식간에 소진되었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수호자 알리사•랜드의 인도 아래 인류는 미지의 영역이던 지하를 향해 전진하였습니다. 그렇게 지오매로우 개척단이 탄생하였습니다.
만약 벨로보그의 역사가들이 다시 한번 「지오매로우 개척사」를 쓴다면, 그 책은 우리의 이야기와 함께 시작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보다 먼저 땅속을 파헤쳤던 선구적인 탐험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파의 강림」보다 훨씬 이전부터 행동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수호자님의 지시에 의해 지오매로우 개척단은 축성가 휘하의 주요 하부 조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임무는 계속해서 지하로 파고들어 지오매로우를 끊임없이 지상으로 운송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져야만 벨로보그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오매로우의 채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지하의 모습을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서만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열정적이고 과장된 말투만 봐서는 그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제가 개척단에 합류하고 나서 직접 지하를 탐색하고 난 뒤로는 아버지의 말씀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척단과 함께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그분의 마지막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안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노바, 지금까지는 하지 않았던 말을 들려주마. 나는 벨로보그에서 멀리 떨어진 커다란 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단다. 당시 나는 온 세상이 내 것처럼 느껴졌고, 원한다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한 이후로 너희 세대 아이들은 벨로보그 바깥으로 나올 수 없었지.
「나는 생각했단다. 어쩌면 우리는 지하에서 산과 바다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미래에, 우리는 지하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만약 정말로 그런 날이 온다면, 너와 함께 직접 그 모습을 보고 싶구나」
저는 지금까지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마지막 편지까지도요. 저는 그분의 소원을 잊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이루어낼 것입니다. 우리는 이 「노심」 연구 기지를 거점으로 계속해서 지오매로우 광산구역을 개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말에는 공식적으로 최초의 지하 광산 마을을 세울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첫 단계에 불과합니다. 저는 앞으로 벨로보그의 지하에 더 많은 마을이 세워지기를, 그리고 끝내는 상층 구역과 같은 곳이 지하에 들어서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는 기차 레일을 깔아 지상과 지하의 모든 구역을 연결할 것입니다. 구세계와 신세계가 서로 단절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때가 오면 우리 모두는 눈보라를 피해 조그만 은신처에 웅크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진정한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개척단의 역사적 사명 또한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가 기록한 지층과 광석 정보, 우리가 채취한 동식물과 균류 샘플은 미래의 개척 작업에 활용될 것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일시적으로 연구원으로 돌아가 각자의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몇 년이 지나 은퇴하고 나면 반드시 지하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다가오는 이별을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호자님께서 이곳을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첫 번째 거점으로 바꾸고 나면, 이 조그만 「노심」 기지는 언제까지나 지하 개척 사업을 위해 빛나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의 친구, 「덩치」 스바로그가 우리가 남긴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이곳을 지켜줄 것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스바로그는 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언제나 충성스럽게 우리의 곁에 머물러줄 것입니다. 저는 그가 이번에도 약속을 지켜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는 우리의 가장 믿음직한 동료니까요.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는 법」——이제 작별할 시간이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오매로우 개척단, 그리고 「노심」 연구 기지의 모든 일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