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흑화한) 조그만 친구의 관찰 일기

*노트의 표지는 진흙과 먼지로 뒤덮여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만, 안쪽 페이지는 새것처럼 깨끗하다. 심지어 얼마 쓰지도 않은 것 같다*

2월 21
오늘은 다른 친구들에게 어떤 동물을 관찰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동굴 도롱뇽, 장례 벌레, 결정 도마뱀 정도가 뽑혔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동물을 보고 싶어서 아빠가 만든 로봇 반려동물을 관찰하기로 했다. 얘 이름은 「세븐」이라고 하는데, 네모난 머리와 네 개의 다리가 달린 녀석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이 녀석을 좋아했다.
오늘은 아빠가 내게 「세븐」이 저녁을 챙겨주라고 했다. 나는 「세븐」을 에너지 전환 시설로 데려가서 배불리 먹였다.

2월 22
오늘은 엄마가 나를 볼더 타운에 데려가 줬기 때문에 관찰 일기를 쓰지 않았다.

2월 23
오늘은 아빠가 「세븐」이를 데리고 나갔기 때문에 관찰 일기를 쓸 수 없었다.

2월 24
아빠가 어제 「세븐」을 개조했다고 했다. 이제는 말도 할 수 있고, 더 똑똑해져서 간단한 집안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세븐」이 얼마나 똑똑해졌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서 「세븐」에게 말했다. 「오늘은 몸이 안 좋으니까 선생님한테 쉰다고 말해줘!」
그러자 「세븐」은 내 말뜻을 이해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나신 거죠?」
우리 「세븐」이 이렇게 똑똑해졌다니!

*선생님의 한마디: 「그 로봇 반려동물이라는 것을 더이상 키우지 마렴」*

2월 25
오늘은 엄마가 「세븐」을 데리고 놀러 나갔다 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세븐」 머리에 목줄을 하고는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우리는 캠프에서 지미와 마주쳤다. 걔도 로봇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었다.
지미네 반려동물은 눈이 위아래로 두 개였는데, 한쪽은 초록색, 한쪽은 빨간색이었다. 머리 밑에는 발톱 같은 게 달려 있었는데, 마치 엄마가 어제 저녁으로 해줬던 암석 꽃게찜처럼 보였다.
토미와 나는 반려동물의 존재를 잊은 채 둘이서 놀았다. 다 놀고 나서 돌아와 보니 두 로봇은 서로 껴안고 있었다. 아무래도 얘네들은 연애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 반의 타미와 메리도 그랬으니까.

*이곳에는 선생님이 커다란 물음표를 그려 놓았다*

2월 26
오늘은 몸이 아파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관찰은 하지 않았다.

2월 27
오늘도 몸이 아파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관찰은 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한마디: 「7일 동안 고작 3일만 썼네? 게다가 로봇은 동물이 아니잖니!」*

2월 28
선생님이 내 관찰일기에 0점을 줬다. 엄마도 내가 잘못했다고만 했다.
화가 나서 난 흑화됐다…. 너무나 억울하고,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누구도 내 고통을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이젠 관찰 일기같은 건 안 써! 난 미쳐버릴 거야! 열계의 괴물이 될 거라고! 우선은 타미랑 메리를 먹어 치울 거고! 그다음에는 선생님을 먹어 치울 거야! 아하하하하!
후후… 내가 바로 악의 화신이다… 나는 이 죄악으로 가득한 관찰 일기를, 내 과거를 묻을 거다… 후후후후……

*노트의 내용은 여기에서 끊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