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목은 벨로보그의 「초신성」 탐험대 대원 아르템이 뜻밖의 이유로 벨로보그 밖의 눈보라에 휩쓸려 절벽에서 떨어져 생명이 위독했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아르템이 고대 유물 탐험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탐험대 역사상 가장 유망한 젊은이」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벨로보그 최고의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고고학과 지질학 학위도 보유하고 있었다. 학문은 물론 신체 조건도 운동 선수급인 그는 의대 암벽 등반 협회장으로서 전국 암벽 등반 대회 우승을 여러 차례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고집스런 성격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구세계의 유품에 푹 빠진 괴짜였던 것이다. 아르템이 처음 탐험대에 들어갔을 무렵, 그는 고대 유물 연구에 자주 「과몰입」했다. 그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2~3일을 꼼짝도 하지 않다가 한 작업자에게 연구실 입구 바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뭐? 내가 밥 먹는 것도 잊었다고!」
「그래, 아르템. 너 잠자는 것도 까먹었어!」
「그건 안 되지, 지금 당장 배불리 먹고 다시 연구를 계속해야겠어」
시간이 흘러 연구실 책상 서랍에 통조림 음식을 넣어두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로 인해 그가 얼굴을 비추지 않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처음에는 그를 사모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았지만, 그것도 「잠깐」에 불과했다. 얼마 가지 않아, 대부분의 여성은 아르템이라는 인간의 탈을 쓴 생물이 타인과 감정을 발전시킬 능력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안타까움 그 자체랄까.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은 탐험에만 집중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고대 유물 탐험대는 벨로보그 박물관 산하 조직으로, 벨로보그 주변에서 구세계 유적을 찾는 임무를 맡은 탐험 소대다. 이들이 가져온 다양한 유물은 박물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의 연구에 활용된다. 이 모든 것은 눈보라와 함께하는 열악한 환경 속 고고학 작업의 전제하에 있다.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며 위험과 사고를 벗 삼는 그들이 바로 벨로보그의 진정한 탐험가이다.
그런 눈보라 속에서는 탐험가가 언제 죽더라도 결코 이상할 것 없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아르템은 힘겹게 하체를 끌어 암벽에 다가가는 중이다. 비록 통증은 극심하지만, 이곳의 바람은 약한 편이라 죽기 전에 그래도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시선이 흐릿한 것은 눈보라 때문일까, 아니면 다친 눈 때문일까. 그는 고개를 들어 절벽 위를 바라보았다. 방금 바로 여기서 굴러떨어진 것이겠지.
그가 끌어올린 대원은 지금 구조되었을까? 분명 구조되겠지. 탐험대원과 합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 문제일 뿐이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
……
피곤해지기 시작한 그는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보라 속에서 이렇게 잠들면 죽는다고는 하지만, 복부의 큰 출혈은 이미 얼어붙었다. 대체 어떻게 죽게 될까? 질문의 답은 이때의 아르템에게는 이미 큰 상관이 없었다.
눈보라가 거세지자, 자신도 이전 탐험로에서 지나치던 시체 중 한 구가 될 것을 생각하면 그닥 외로운 것도 아니니. 이런 생각들은 아르템의 마음을 조금은 풀어줬다.
……
고작 3살 때였을까. 배수관을 타고 천장까지 올라가서 부모님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었지…. 뭐야, 벌써 주마등이 시작된 건가. 아아, 이 한평생 추억이 얼마나 되려나…
아르템은 암벽 아래에서 차츰 잠에 빠졌다.
그의 생명의 불꽃은 눈보라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