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해석

≪봄과 전쟁의 신 야릴로≫ 해석

민속학자 치코

이 신이 역사에 최초로 언급된 자료는 한파가 강림하기 전이었던 약 1800년 전, 사야국의 외교관 전기에서였다. 그는 원정길에 아스포라비 부족의 거주지를 거치다가 우연히 전쟁의 신(神)인 제로웨이를 기념하는 축제를 맞닥뜨린다. 한파 이전 민속학자들은 제로웨이를 야릴로 이미지의 전신으로 봤다.

1200년 전만 해도 북쪽 지방의 나이카샤 지역에서는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야릴로」라 불리는 축제가 열렸다. 마을 주민들은 무리 지어 돌아다녔고, 이는 봄의 신이 다시 세상에 돌아와 풍요가 찾아올 것을 상징했다. 한파 이전의 민속학자들 또한 이 지역에서 봄의 신을 기리는 종교 의식에 관한 유적을 발견한 바 있다.

신의 죽음은 의식적인 희생이며, 일종의 영적 상징이다. 다른 지역의 옛 신화 체계에서도 죽은 신의 몸이 세계의 기초가 된다든지, 피가 강이 되며 뼈가 산봉우리로 변하고 머리카락이 숲으로 변하는 등의 은유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파 이후 신성한 세계도 점차 쇠약해져, 야릴로의 피와 살로 지어진 집은 더이상 인간의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됐다. 신화 속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은 바로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신화의 막바지에, 한파와 신흥 종교가 기존 신화에 영향을 준 것이 명확히 보인다. 한파 이전의 야릴로는 전형적인 「출생-사망-환생」의 성질을 띠는 전형적인 자연신으로, 그의 신화적 생명 주기는 북방 나이카샤 지역의 작물과 생장, 최후에는 수확(농작물을 파괴하는 것으로 여겨짐)과 같다. 한파 이후 계절이 바뀌면서 순환이 깨지고, 이를 대신해 벨로보그의 특수한 기후 환경이 형성됐다. 신화에서 이런 기후변화는 「신들 사이의 가정사」 정도로 포장됐다.

특별히 덧붙이자면, 이야기에서 야릴로의 이미지는 방탕아에서 일편단심 남편으로 완전히 바뀌었다——이야기의 마지막에 그는 위대한 성현인 페룬에게 속죄할 방법을 구하고, 자신의 과오와 변덕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야릴로의 초기 변덕스러운 이미지는 자연현상의 투사로서 달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졌다. 이 추측은 한파 이후의 시대에서 증명됐다. 끝없는 눈보라가 시작된 후부터, 사람들은 달의 변화를 관측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천문 현상에 대한 인식이 약해졌다. 따라서 민간에서는 인간 사회의 도덕 체계에서 이야기의 출구를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게 이러한 「출생-사망-환생」의 자연 신은, 자신의 다정함으로 인해 대가를 치른다는 인간미 가득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