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장낙천의 밤 여행기

「장낙천에서의 소소한 대화•생활편」
성력(星曆) 계유(癸酉)년 11월 13
저자: 회민

장낙천의 밤 여행기

10월 12일, 불야후에서 나는 지난 이삼백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공조사의 옛 친구와 만났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당시 그와 나는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고, 서로 다시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불야후에서 나를 부르는 옛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예전의 불쾌했던 기억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백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 우리가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생각해보면 불야후는 원래 이렇게 언제나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었던 것 같다.

인연춘(鱗淵春) 한 병을 연달아 마셨고, 중간에는 찻물도 수 차례 다시 채웠다. 차향이 옅어질수록 밤은 깊어져만 갔다. 옛 친구는 이제 운기군에서 선박 설비 관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규칙 때문에 제시간 내에 원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연락처를 교환한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불야후를 나섰다.

집으로 가는 길, 흔들리는 거리의 불빛 아래서나는 옛 친구와 함께 일했던 때를 떠올렸다. 함께 능운벽해(凌雲璧海)에서 배를 조종하는 법을 배웠을 때 나는 비행 시험에 합격했지만, 친구는 그러지 못했다. 최신 「상서로운」 옥조(玉兆)를 사기 위해 잡화점에서 한참 동안 같이 일하기도 했고…. 서로 다 터놓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기억나지도 않는 사소한 일 때문에 이삼백 년 동안이나 소식이 끊겼다.

나와 친구가 선주인이 아니었다면 분명 백 살도 되기 전에 죽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차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아니면 너무 흥분한 탓일까.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 동안 눈을 붙이지 못하던 나는 갑자기 밤 나들이를 하고 싶어졌다. 그날 동천의 밤은 달이 유난히도 밝았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마침 우리 제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차라 그 아이를 데리고 장낙천으로 산책을 나섰다.

아득한 정원을 지나 깊은 풀숲으로 들어가니, 그것은 마치 미처 정돈하지 못한 오래된 정자의 폐허처럼 깊은 풀 속에 숨겨져 있었다. 달빛이 어루만지자 이 석조 건축물은 부드럽게 하얀 빛을 냈고, 그 옆에는 고대 사자 석상이 잔디를 침대 삼아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그 장면은 마치 달빛이 깊은 연못 속에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애제자는 자는 사자를 혹여라도 깨울까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곳에는 연꽃 돌기둥, 구름무늬의 수조 등이 무너져 있있다. 온전한 형태가 거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젊은이들은 복고를 내세워 옛사람들의 재주를 부린다. 나와 이 레트로 예술가들이나 오랜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과거가 더이상 희석되지 않도록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노력하지만, 시간 앞에서는 이 모든 것이 무력할 것이다.

깊은 풀밭의 울퉁불퉁한 석조들이 마치 숨쉬는 듯했다.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오늘 밤은 느끼기만 하면 돼」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쓸데없는 생각을 멈췄다. 그 사이 애제자는 이미 서서 잠을 자고 있었다.

훼명원에는 매일 행인들이 오간다. 이곳은 달빛도 있고 자갈도 있다. 나와 애제자처럼 한가한 사람이 많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