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두 번째

*얼마나 오래 전에 봉투에 넣었는지 알 수 없는 편지지. 매미 날개처럼 얇아서 자칫 잘못하면 바스라질 것만 같다*

베티에게

래리에게 부탁해서 늑대 털 무릎 보호대를 만들어달라고 했으니까 잊지 말고 집으로 가져가. 그 사람은 다리를 다쳐서 이제 전방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무릎 보호대 가지러 갈 때 선물 꼭 챙겨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빼먹으면 안 돼. 집에서 하는 것처럼 예의 없이 굴지 말고.

난 아마 한참 뒤에나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며칠 전에 참호를 점검하다가 좀 다쳤거든. 별일 아니니까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고. 쓸데없는 걱정 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엄마한테는 계속 작전 지휘실에 있었다고 말해뒀어.

한동안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작전 지휘실 근처에서 쉬고 있어. 덕분에 너와 수다를 떨 짬이 생겼지. 애니한테서 네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상과 달리 잘하고 있는 것 같더라? 집에서 엄마도 돌보고 학업도 병행해야 하니 많이 힘들 텐데. 언니인 내가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여기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봤어. 그래서 요즘에는… 어쩌면 나도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네가 집안을 책임져야 해. 엄마와 네 자신을 잘 돌보도록 해. 실은 집에 지금까지 모아뒀던 돈을 숨겨뒀어. 예전에 일할 때 모아뒀던 거야. 네 옷장 안에. 그래, 거기. 이렇게 말하면 알 거야. 뭐 먹고 싶은 거나 사고 싶은 거 있으면 그걸 써. 넌 낭비하는 애가 아니라고 믿어.

굳이 더 잔소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베티, 엄마하고 싸우지 좀 마.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거 알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양보해.

그리고, 사실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난 언제나 네가 귀여운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언제나 말이야, 하하.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현명한 언니
라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