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첫 번째

축성 기원 699년 2월 28

과학 기술 특허청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전문가가 심사하면 안 되나? 벌써 16번이나 신청했는데, 그야말로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잖아. 만약 내 발명품을 다른 사람이 먼저 등록해버리면, 그 손해를 어떻게 배상하려고 그러지?

시간이 곧 생명이라고, 이 월급루팡들은 내 재산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앗아가고 있다.

특허청의 그 안경 쓴 3:7 가르마 그 녀석, 좀 배운 사람처럼 생겼는데 전혀 아니다. 내 면전에 대고 나한테 과학에 무지하다고 했다. 본인이야말로 모르는 주제에 날 훈계하려 들다니. 물리학을 연구한 지도 벌써 15년은 된 데다가 10만 자나 되는 ≪시공 터널 이론≫을 쓴 나를, 의심할 자격이 있기나 하나? 이번 장치는 ≪시공 터널 이론≫의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고안한 건데, 내 책도 안 읽어 봤으면서 날 부정하다니. 유치하고 멍청한 우물 안 개구리 자식!

이 시공 터널 장치의 설계는 사실 아주 오래되긴 했지만, 두 달 전 박물관이 새로 발견된 옛 문명의 유물을 개방했을 때, 나는 거의 확신했다. 시공간 여행은 무조건 가능하다는 것을. 박물관에 있는 그 「600kW 디젤 발전기」와 똑같이 생긴 신비로운 장치가 꿈에 나왔다. 분명 이 기계로 시간의 뒤틀림, 변형, 대면적 단열을 이끌어 터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예지몽은 내 이론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꿈에 지하에는 숨겨진 지오매로우 공진 터널도 나왔다. 내 시공 터널 장치가 완성되면 틀림없이 그곳에서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장님 같은 것들의 허가를 기다리기보다 당장 돈을 모아 스스로 기계를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집을 담보로 잡힐 수밖에. 집은 우리 아버지 것이다. 아버지의 동의는 둘째치고 나 또한 좀 미련이 남는다. 여기서 산 세월이 얼만가…. 아니지, 집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시공 터널을 만들어 낸다면, 시대를 뒤집을 수 있을 텐데——그럼 벨로보그에서 초대 수호자의 위치를 가뿐히 뛰어넘게 된다. 그럼 이 작은 집이 대수겠는가? 그냥 이렇게 하자. 다음 주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기계를 만들 사람을 즉시 찾아야겠다.

기계가 만들어지면 시공간을 뒤틀 수 있고 시간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데, 벨로보그처럼 손바닥만한 곳에서 살 필요가 있겠나?

세상에, 난 꼭 이 벨로보그, 아니 우주 전체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