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사절의 일기

……

3월 9일

이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운기군 무기고에는 온갖 무기들이 쌓여있었다. 난 그중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다는 창을 골랐다. 창술을 익히기 위해 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유산을 이길 수 없었다. 키가 내 가슴 정도밖에 오지 않는 비디아다라족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운기군에서 단련 받고 백 년 가까이 창술만 연마했는데도 60년 밖에 살지 못한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사부님은 항상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셨다: 「검은 가볍고 민첩해야 하지만 창은 진중하고 무거워야 한다」고 말이다. 진기로 다루는 비검은 신경 반사에 따른 민첩함이 중요하지만 창술은 힘과 제어력이 중요하다. 적군의 몸에 창을 찌르며 폭발하는 힘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훈련을 거쳐 단단한 근육을 만들어내야만 가능했다.

반사신경만 놓고 본다면 선주 사람들은 여우족에게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힘으로도 비디아다라족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내가 유산을 이기지 못했던 이유는 공법에 익숙하지 않아서도 훈련에 소홀해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순한 근육 구조의 문제였다. 인연경 고해에서 태어난 비디아다라족은 거대한 수압을 이겨내며 헤엄을 쳐야 하므로 그 힘은 토지 위에서만 생활하는 우리 선주 사람들과 비할 게 못 되었다.

설령 내게 수백 년을 더 준다 해도 난 이 유전자와의 격차를 뛰어넘을 수도, 유산보다 더 강해질 수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슬픈 숙명, 영원히 최강자가 될 수 없다는 숙명이다.

……

4월 2일

단정사의 친한 단약사에게 「용반규약」이라는 약을 추천받았다. 이 약을 쓰면 용의 힘이 솟아날 거라고 했다.

그는 내가 그 이름을 불쾌해하는 걸 알아차렸는지, 약재를 맞히면 약을 공짜로 주겠다고 말했다. 최대한 끔찍한 상상을 해보라는 듯한 능글맞은 눈빛을 보내면서.

단약사가 무슨 꿍꿍이인지 알지 못했기에 난 약을 사지 않았다.

「용반규약」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이다. 비디아다라는 「용」을 떠받들며 자신이 무슨 에이언즈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쳇, 용 이야기를 하니 유산 그 녀석이 떠오르는군.

유산은 십부장이 되었다. 사부님은 유산에게 교사 직책을 맡기겠다고 하셨다. 유산 녀석, 분명 우쭐대고 있겠지. 말끝마다 사형이라 부르지만 정작 조소 어린 표정을 짓고서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대련할 때마다 창으로 그 녀석을 쑤시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매번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난 유산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

대련이 끝났다. 3전 3패, 이변은 없었다. 난 오랫동안 결투장 아래에 앉아 있었다.

……


6월 12

해냈다! 드디어 내가 해냈어!

유산 그 녀석을 꺾었다!

「용반규약」은 묘약이었다! 주사기를 찔러 넣어 약물이 몸에 퍼질 땐 광풍에 몸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고통은 금세 사라졌고, 창이 바늘처럼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뿐하게 창을 휘두르자 사형들이 우르르 나가떨어졌다.

이렇게 빠르고 강해지다니! 크하하, 유산 녀석도 이제 날 어쩌지 못하겠지!

녀석의 움직임은 개미처럼 느렸다. 손을 뻗어 힘껏 누른 뒤 창으로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사부님께서 대련을 중단하셨다. 사부님의 명에 군의관이 날 조사했으나, 어떤 것도 발견해내지 못했다.

쳇, 하여간 늙은이들이란. 그 단약사 말대로 약물을 꾸준히 주입하면 신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신책부에 천재적인 검술을 갖춘 근위병이 있다던데. 언젠간 그 녀석도 꺾을 수 있겠지!

……


7월 25

누군가의 추천으로 난 형제자매의 일원이자 신도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신적 깨달음은 이미 얻었다.

운기군 무술 경전을 살피던 중 천선화인만 다다를 수 있는 경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분추호」, 「쇄곤강」, 「음양전」, 「추유광」. 그건 전설이 아니라 오래전 선주 사람들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였다.

하지만 육체적 깨달음을 얻기엔 아직 먼 듯하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려면 비법 단약을 먹고 계속 수련해야 했다.

계책이든 현묘함이든 모든 건 육체의 힘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바로 「약왕의 비전」으로부터 받은 계시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도와주실 분은 자비로운 약왕님뿐이다.

난 여러 형제자매를 사귀게 되었다. 대부분이 선주 출신이었으며 개중에는 화외지민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모였다. 삶을 붙잡으려는 사람부터 원수에게 복수하려는 사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 단순히 약왕을 추종하려는 사람, 요궁의 재앙을 증오하려는 사람까지… 그리고 나처럼 깨우침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단약을 제조하고 사냥개들을 피해 약왕을 받들었다. 누구도 서로의 믿음을 의심하지 않았고, 서로의 목적을 비웃지 않았다. 「질서정연한 사회」에서의 삶이 농담처럼 느껴졌다.

단약을 삼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우선 삼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으니까. 바늘을 삼킨 듯한 느낌이 지나면 오장육부가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몰려오는 욕지기를 참아내면 누군가 뼈와 근육을 발라내는 고통이 찾아왔다. 뼈가 덜그럭거리며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고, 그럴 때마다 사정없이 골이 울렸다. 하지만 기절로 고통을 잊을 수도 없는 법이었다.

다만 그렇게 몇 시간만 버티면 신체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련할 것을 몇 시간 안에 해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

9월 10

강해지는 힘, 나는 강인해지네

유산도 사부님도 내 적수가 아니네 나는 깨우침을 얻어가는 신도

무예란 체력을 단련하는 것

승리란 생존이자 무인의 덕목

무인의 덕목이란 약왕의 자애로움

약왕 약왕 약왕의 자애

약왕의 자애로운 마음에 불멸의 거목이 자라나니 한마음으로 선인의 길에 오르리라

약왕의 자애로운 마음에 불멸의 거목이 자라나니 한마음으로 선인의 길에 오르리라

약왕의 자애로운 마음에 불멸의 거목이 자라나니 한마음으로 선인의 길에 오르리라

약왕의 자애로운 마음에 불멸의 거목이 자라나니 한마음으로 선인의 길에 오르리라

약왕의 자애로운 마음에 불멸의 거목이 자라나니 한마음으로 선인의 길에 오르리라

약왕의 자애로운 마음에 불멸의 거목이 자라나니 한마음으로 선인의 길에 오르리라

*뒷장에는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