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테판 씨가 날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어서 정말 기뻤다.
스테판 씨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반년 전이었다. 난 처음에는 그가 자칭 「축성가(築城家)」라고 하는 사람들처럼 이곳에 온 이유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서일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어른들과는 달리 날 공기처럼 취급하지 않았고, 항상 날 보며 웃어주고 사탕도 많이 주었다. 나에게 몇 가지 질문할 때는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긴장했는데, 화내지도 않고 오히려 조용하고 착한 아이라고 칭찬해줬다.
내가 일기를 쓴 것도 스테판 씨 때문이다. 그는 일기를 쓰는 건 숙녀라면 지켜야 할 좋은 습관이라고 했다. 그는 일기 쓰기는 외로운 일이라며, 외로운 게 무서우면 일기를 그에게 들려달라고 했다.
사실 일기를 쓰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다. 나한테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이건 스테판 씨가 들으면 슬퍼할 수도 있으니까 말해주지 않을 거다. 그가 슬퍼하는 건 정말 싫다. 만약 내가 언니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니는 못하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 언니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고, 지금까지 만났던 재미있는 사람에 대해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내 일기의 대부분이 다 스테판 씨와 관련된 이야기다. 가끔은 그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는 내용이고, 가끔은 그에게 배운 것들을 기록한 내용, 가끔은 단순히 그가 다시 왔으면 하는 내용이다.
오늘 스테판 씨와 난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은 그가 날 위로해주었다. 그 어른들이 언니를 데려간다는 소식을 다른 애들이 말해줬다. 그 어른들이 언니를 엄청 먼 곳으로 데려가서 앞으로 언니를 못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난 겁이 났다. 언니는 항상 내 곁에서 날 보살펴주고 지켜줬는데, 언니가 옆에 없으면 난 다치고 지금보다 더 외로워질 것 같다.
스테판 씨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릴은 언니한테 뒤쳐지지 않아요」, 「시릴도 가장 완벽한 삶을 누릴 수 있어요」라고 말해줬다. 그가 날 위로하기 위해서 한 말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스테판 씨는 떠나기 전 나에게 푸른색 돌멩이를 건네줬다. 그 돌멩이는 아주 작았지만 예쁘고 매끄러웠고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 스테판 씨는 이 선물이 우리 둘 사이의 약속의 증표라고 했다. 그는 날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 더 넓고 편한 곳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했다.
난 스테판 씨를 믿는다. 그는 약속을 지키는 어른이고 다른 어른과는 다르다. 오늘의 일기는 일주일 동안 쓴 내용을 합친 것보다 길어서 힘들다.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는 자야 할 거 같다. 오늘 언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서 집에는 나 혼자만 있다. 스테판 씨가 준 선물을 꼭 껴안고 자야겠다. 그럼 어두운 게 무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