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첫 번째

*얼마나 오래 전에 봉투에 넣었는지 알 수 없는 편지지. 매미 날개처럼 얇아서 자칫 잘못하면 바스라질 것만 같다*

엄마,
엄마가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내가 베티에게 들려 보낸 선물도 도착했겠지?

이번에는 엄마 생신을 축하하러 갈 수 없을 것 같아. 군대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휴가를 낼 수가 없거든.

그래도 걱정 마. 여기는 최전방으로부터 꽤 먼 곳이라 안전해. 수호자님도 지난 몇 달 동안 이곳에서 군을 지휘했을 정도야. 다들 일로 바쁜데 나만 빠져나올 수 없을 뿐이라 그래.

요즘에는 어렸을 때의 꿈을 자주 꾸고 있어. 늦게 퇴근하는 엄마에게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며 불평했던 게 떠오르네. 그때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 엄마는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어. 당시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 하지만 벨로보그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직접 전선에 나와보니 「축성가」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어떤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지를 알게 됐어. 얼마 전에는 운 좋게도 꽤 큰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설계국 소속 직원이라도 이건 누설하면 안 될 것 같아, 미안 엄마. 다만 이건 내가 봤던 것들 중에서 축성가가 만든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할 수 있어. 하, 내가 이 직업을 자랑스러워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엄마한테도 그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마 그걸 보면 그 어떤 적이라도 겁에 질려버릴 거야. 하지만 수호자님은 말씀하셨어. 이 작업이 시작된다는 것은 곧 벨로보그가 큰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라고. 그렇다면… 앞으로 그 작업이 시작될 일이 영원히 없었으면 좋겠어.

아무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게. 지난달 작전 지휘실이 완공되면서 각종 물자가 속속 들어오고 있어. 나는 책상 위에 태양꽃 화분 하나를 놓아뒀는데, 꽤 잘 자라고 있네. 이걸 볼 때마다 우리 집 거실에 있는 꽃이 떠올라. 걔네들은 잘 지내고 있어? 엄마는 창가에 앉아 뜨개질하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네. 베티를 통해 보낸 선물은 무릎 보호대야. 예전부터 날씨가 추워지면 무릎이 아프다고 했잖아. 여기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철위대원 몇 명을 알게 됐어. 그 사람들한테 늑대 털을 받아서 한 번 만들어 봤어. 잊지 말고 꼭 차고 다녀.

그리고… 좀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생신 축하해요.
사랑하는 라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