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괴테가 떠난 것은 여름날 밤이었다. 밤하늘은 마치 물처럼 맑았지만, 그날은 눈이 내렸다. 누군가가 레슬리에게 말했다. 그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다고.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레슬리와 괴테가 처음으로 만난 곳은 괴테 호텔이었다. 잘 차려입은 신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캐러멜색 눈동자에는 그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도망치던 와중에 흐트러진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레슬리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카운터 뒤에 서 있던 신사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에게 홍차 한 잔을 내어주었다.
「아름다운 숙녀분,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그것이 레슬리를 향한 괴테의 첫 마디였다.
[2]
괴테 호텔이야말로 이 혼란스러운 세계의 피난처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광산에서 도망쳐 나오는 길에 어떤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가 레슬리에게 알려줬다. 「괴테 호텔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피난처라 할 수 있지. 그곳의 규칙은 다른 곳과는 많이 다르거든」
그 말은 사실이었다. 호텔 주인인 괴테는 온화해 보이지만, 젊은 시절 상당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라는 것을 호텔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호텔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주인을 존중해야 하고, 호텔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은 절대 금지였다. 이러한 규칙은 어딘가에 명시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괴테 씨는 의로운 사람이랍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호텔 주인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 친절하고 온화한 괴테 씨는 그렇게나 호화로운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 운영 자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매우 저렴한 숙박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몇 년 동안이나 조용히 보호해줬다.
바로 레슬리 같은 사람을 말이다.
[3]
원래 레슬리가 일하던 곳은 광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그곳은 도처에 광산이 들어서 있었고, 발견되지 않은 광맥이 얼마나 되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누군가가 광맥을 발견하고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레슬리가 듣기로 그녀가 일하는 광산의 주인도 그런 행운아 중 하나라고 했다. 수많은 광산이 존재하는 덕분에 도시에는 항상 일자리가 넘쳐났다. 레슬리는 그곳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며 돈을 모았다. 그녀는 돈을 집으로 보냈지만, 며칠 뒤에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끔찍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레슬리는 왜 갑자기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무서운 사람들이 자신을 쫓아오는지였다. 그녀는 단지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그녀가 나고 자란 집, 그녀를 지켜줬던 집, 온기를 주던 집이 순식간에 어떤 금단의 땅으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레슬리는 어머니의 무덤에 꽃을 바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돌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녀의 귀향을 반기는 것은 오직 눈보라뿐이었다.
*뒷부분의 페이지는 힘껏 찢어낸 것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부분에는 누군가가 분노에 차서 적어둔 서평이 남아 있다.
「재주가 없으면 최소한 남의 것을 베끼지는 말아야지!」
「이딴 쓰레기 같은 글을 봐줄 사람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