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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운명의 길의 주인. 지니어스 클럽과 지식학회에 「누스」라고 불리는 지식의 신.
아무도 누스의 의도, 좌표와 존재 형태에 대해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냥 그의 이야기를 대대로 전하며 위대한 사색의 기계를 에이언즈로 승격시키고 우주의 본질과 궁극적인 해답을 연산하기 시작했다. 답안이 공개되기 전에 그는 지적 생명체 중에서 가장 위대한 두뇌들을 모아 함께 진리를 토론할 것이다.
나는 운 좋게 누스의 신체(神體)를 알현한 영광을 누렸기에 그의 존재에 대해 몇 마디 부연 설명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누스는 「답」을 주는 신이 아니다. 반대로, 그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평생 무지몽매의 안갯속을 헤매며 지식을 갈망하지만 그것을 얻는 방법을 모른다. 「과거의 원인」이 그들을 얽매고 「식견」이 그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우매한 자라도 누스를 알현한 후에는 「눈」을 떠서 문제의 소재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답을 구하려면 여전히 자신에게 의존해야 한다.
만약 태복사 동료 중에 학문을 위해 헌신하려고 다짐한 사람이 있다면 지식학회의 일부 고행 학사를 본받아 소위 「개안(開眼)의 길」에 오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충분히 행운스럽다면 누스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개척」 운명의 길의 주인. 무명객에게 「아키비리」라고 불리는 방랑의 신.
유운천군에 대해서는 검증할 수 없는 전설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선주 사람들에게 「전설」이란 단어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오래된 시간을 의미한다. 앰버기원의 초기 시대에 아키비리는 이미 은하계의 많은 낙후한 세계에서 질주했다. 바로 그와 무명객이 있었기에 은하의 어둠 속에 흩어져 있던 고립된 세계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유운천군의 가장 중요한 기적은 「무지개 열차」와 「별의 궤도」를 만든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무지개 열차는 별의 궤도를 설치하는 중요한 도구이고, 별의 궤도는 신비한 메커니즘을 통해 아득히 멀리 떨어진 세계들을 하나로 연결시킨다고 한다. 컴퍼니든 선주든, 오늘날 우리가 의존하는 안전한 항로는 모두 이 궤도의 유적을 따라 개척한 것이다. 아키비리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오늘날 세계 간의 왕래가 어느 정도로 편리해졌을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옥궐(玉闕) 선주가 입수한 최신 정보에 따르면, 사라진 지 천 년이 지난 유운천군의 무지개 열차가 다시 별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흉물이 기승을 부리고 멸절 군단이 생령을 짓밟고 있는 지금…… 이런 무명객들은 은하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상상할 수 없다.
「환락」 운명의 길의 주인. 가면의 우인과 비련의 애도자에게 「아하」라고 불리는 모략의 신.
만약 에이언즈의 운행 방식에 대해 굳이 「신성(神性)」과 「범성(凡性)」의 척도를 그어야 한다면, 아하는 「범성」에 상당히 치우친 에이언즈일 것이다. 그는 지적 생명체의 희로애락을 갖고 장난치며 운명을 뒤엎고 바꿔버린다. 그를 신봉하는 신자의 주장에 따르면, 아하 자신도 이런 놀이에 심취하며 심지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운명의 변화에 부채질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락천군이 신들 중 어릿광대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그는 천궁의 사명이나 보천의 사명처럼 우주를 경악하게 하는 기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묘한 수단으로 중생의 거취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 현실 세계를 비범하고 섬세하게 조종하고 있다.
일례로, 「제왕」 루버트가 별바다를 정복하던 시절, 아하의 신자들은 「철학자 연합」이 무기 생명체의 영토로 전락된 후 그곳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철학자의 독주」라고 명명한 유머 패러독스 바이러스로 정복자의 연산 중추를 감염시켜 기계 군단의 폭정을 무너뜨렸다.
유사한 기적은 비일비재했다. 보잘것없는 작은 물결이 결국 천지를 뒤흔드는 쓰나미로 변하는 것 - 이것이 바로 아하가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미」 운명의 길의 주인. 미의 기사단과 거울의 주인에게 「이델리라」라고 불리는 아름다움의 신. 어떤 세계의 지적 생명체는 그를 「앤•듀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의 기사단은 뿔뿔이 흩어지고 거울의 주인 이델리라의 성물을 찾기 위해 여러 세상을 떠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이미 죽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만 내가 지식학회와 교환한 문서에는 「묘견천군의 유물을 온전하게 찾아서 모으면 그 절묘한 자태를 재현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더욱 오래된 신화에서 이델리라는 한때 수많은 천체의 「아름다움」을 한 몸에 지녔다고 한다. 그는 영웅, 악당과 평범한 인간들에게 우주 경관에 담긴 의미와 미학을 보여주고 그들이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놀라운(종종 파괴적인) 업적을 이루도록 이끌었다. 이 신화는 「의식, 통찰력과 가치의 통합」이라는 「미」 운명의 길의 의미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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