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보석 도마뱀 꼬치 조리법

「이것은 한 무더기의 메시지들로 이루어진 편지다」

(1)

형씨, 이번에 새로 개발된 갱도 지면이 푹푹 꺼지더라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꽤 위험한 것 같으니까 말이야.

내 충고 명심하라고. 차라리 안 가는 게 낫지, 십장이 제시한 보수에 넘어가지 마. 거기 파묻히면 돈 몇 푼이 대수겠어?

근데 내가 아는 형씨라면, 내 충고 따윈 듣지도 않겠지? 새 갱도니까, 아마 피난 시설도 아직 없을 것 같아. 필터나 산소 공급 장치는 두말할 것 없지. 신경 써서 비상식량을 넉넉히 챙겨가.

어릴 때부터 같이 컸으니까,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2)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 친구!

일러준 덕에 과자를 챙겨갔지. 갱도가 정말로 무너질 줄이야. 받쳐주던 사람들도 뒤에 가서는 다들 도망갔더라고.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말라고 십장이 돈을 좀 쥐어 주더라. 보상인 셈이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줄게.

우리 광부 몇 명이 그래도 신경 써서 임시 피난 시설을 보강시켜 놨지. 갱도가 무너질 때, 우리가 있었던 위치가 피난 시설과 멀지는 않아서, 나 하나 다리 부러진 거 빼면 다들 불행 중 다행이었지 뭐.

안전사고의 가장 좋은 대비책은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거니까. 음식을 더 챙겨가는 건 도움이 안 되더라고. 누가 구하러 오기도 전에 남은 과자를 모조리 다 먹어버려서 말이야.

그렇지만, 안에 갇혔으니 궁리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 부대에 한 형씨가 보석결정 도마뱀을 7, 8마리 잡아 와서는 일단 이거라도 먹자고 하지 뭐야. 난 어릴 때부터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어. 십장이 18년은 넘게 신은 신발을 씹는 맛 같다는 말만 들었지.

하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

그럭저럭 만든 도마뱀 고기는 생각보다 맛있더라. 정리해 둔 「보석 도마뱀 꼬치」 조리법을 보여줄게.

오향전에서 캐낸 향신료 부스러기 한 봉지,
남은 고사리 무침 양념,
빵 가루(봉지에서 긁어모은 거),
암염 3g,
망치 산초가루 0.5g,
보석 결정 도마뱀 고기 7마리 분량. 도마뱀 위에 있는 결정들은 모두 발라내야 해. 이에 엄청 끼거든.

아무튼 향신료랑 빵가루, 양념 등을 잘 섞은 다음 도마뱀 고기를 깨끗이 손질해서 절여. 되도록 그 보석 도마뱀에서 나는 액체는 묻히지 말 것. 그렇지 않으면 액체 때문에 약 냄새가 나.

그다음은 기다리기. 하루 정도 재워두면 고기에 맛도 좀 배고 부드러워지지. 안 그럼 진짜 신발 밑창 씹는 느낌이야.

이제 여분의 나무 지지대에서 나무 꼬챙이를 몇 개 깎아내 지하수에 담근 다음, 꼬챙이에 고기를 꿰는 거지. 형씨들이 버섯을 캐 왔어. 그가 도마뱀 고기 사이에 버섯도 같이 꿰어 놓으니까 꽤 먹을 만하더라고.

마지막으로 광실의 난로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소금이나 고춧가루를 뿌려가며 굽는 거야.

아무리 형편없는 고기라도 소금과 고춧가루만 있으면 그럭저럭 먹을 수 있게 돼.

제일 웃겼던 건, 막 먹으려고 하는데 구조대가 구조통로를 다 파냈지 뭐야. 「저희는 선생님들 구한다고 급해 죽겠는데,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니요!」

기회되면 해 먹어봐, 진짜 먹을 만해.


(3)

형씨, 큰 사고에도 살아남아서 정말 다행이네.

그 밑에서도 그렇게 낙관적이라니, 좀 존경스러워.

그나저나, 자네 말대로 요리해봤는데, 맛보고 날 암살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었어.

시간 나면 나타샤를 찾아가. 미각에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까.

어릴 때부터 같이 컸으니까,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