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부치지 못한 편지

소뇌 언니, 그리운 마음에 이렇게 편지를 보내요.

집을 떠난 지도 한 달이 되어가네요. 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언니한테 걱정을 많이 끼쳤죠. 아무런 언질 없이 떠난 것도 나쁜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언니가 제 걱정은 접어두고 조금 여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예요.

제가 앓고 있는 「양천왕기병」 때문에 전 아버님과 오라버니께 폐를 끼쳤고 두 분이 돌아가신 뒤에는 언니한테 폐를 끼칠 수밖에 없었죠.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도 차도가 없으니 지금 다시 돌이켜 보니 언니한테는 미안함 마음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전 지금 단정사 비밀 계획의 임상실험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저희 파트를 담당하는 단사장 말로는 백여 년간 선주 백성들을 괴롭힌 만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겨우 6각료의 허가를 얻어냈다고 해요.

하지만 연구 성과를 얻기 전까진 관련 소식을 봉쇄하기로 약속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편지는 부치지 못하고 제가 간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외출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언니한테 보낼게요.

단정사에서 연구하고 있는 치료법은 꽤냐 효과적이에요.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걷던 제가 지금은 두 다리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단사들도 저를 「만 명에 하나 볼까 말까한 기적」이라고 감탄할 정도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들이 사용하는 약물이 매우 이상했어요. 단사장께 이 약물이 뭔지 여쭤봤는데, 단사장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건 자애로운 약왕의 은혜야」 저는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단사장도 더 설명하지 않으셨고요.

어찌 됐건, 이 약은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죠. 이제 겨우 마음껏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단약을 먹을 때마다 뼈를 깎는 듯이 고통스럽고 기억도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이에요.

아, 이런 슬픈 얘기 말고 즐거운 얘기를 하는 게 좋겠어요. 임상 실험이 끝나면 단정사에서 거액의 사례금을 지불하겠대요.

이 실험이 끝나면 건강한 몸은 물론이고 돈도 넉넉해 지겠죠? 그럼 좋은 목에 객잔을 하나 사면 되겠어요.

큰 도시의 항구 쪽에 여행객들을 위한 객잔을 하나 사는 거예요. 그러면 언니도 치료비를 위해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될 거예요! 우린 부자가 될 거니까요! 제 사업을 도울 직원도 몇 명 고용할 테니 언니는 큰 도시로 가 언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요. 언니는 그렇게 살아도 되니까요.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대할게요.

어리석은 동생 소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