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반규약」 약리학에 대해 의논하려면 화제를 돌려 「장수」의 원리부터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이 은하에 존재하는 대부분 혈육 창조물에게 「장수」는 다른 의미, 즉 「암」을 의미하죠. 세포가 무질서하게 자라고 영원불멸한 불사를 누리는 것, 자신의 「장수」를 이용해 숙주의 육체를 침식하고 결국 파멸로 이르는 과정이죠
수만 년에 걸쳐 이뤄어진 실패와 도전 끝에 일부 암세포가 숙주의 삶에서 벗어나 생물 자체를 「장수」종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성력
단순히 의학적인 각도에서 본다면 저 같은 「장수종」은 온몸에 「장수」 세포가 분포되어 있지만 체내 생리적 환경은 상당히 안정적이죠.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간단히 말하면 선주 사람들과 여우족들의 장수 비결은 전신의 세포를 자신의 수요에 따라 특화 세포와 줄기 세포 사이에서 자유롭게 전환시킬 수 있는 데 있답니다. 게다가 이러한 전환한 특정 규칙을 따라 그 어떤 혼란도 일으키지 않죠
전환 규칙은 아직도 미스터리예요. 세포 전환은 내분비 또는 기타 수치에 의지하지 않아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죠. 세포는 분화와 특화 사이에서 자유롭게 전환하며 인간의 신체적 특징이 「기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통제하죠
우리는 생물학 규칙을 위배한 이 사건을 역병의 재앙의 신력으로 인한 것으로 해명하기로 했어요. 역병의 재앙으로 인해 생성된 이 힘은 장수종의 생명 주기 중 한 임계점에서 갑자기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작용하죠. 원래의 「기준」이 파괴되고 육체또한 파괴적인 형태로 생장함으로써 문명 사회를 살아가던 「인간」을 이성을 잃은 「흉물」로 만들어버리죠. 이게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각의 몸」이랍니다
비디아다라족의 장수는 선주 사람과 여우족과 달라요. 비디아다라족은 역병의 재앙의 힘으로 인해 장수를 얻게 된 게 아니죠. 그들은 용족의 후예로서 핏속에 「불멸」의 힘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비디아다라는 다른 장수종들과 다른 생명주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성체로부터 유체로 돌아가는 것이죠. 이렇게 끝없이 생명 주기를 순환하며 세포 분화 전이를 진행하죠. 그리고 이렇게 특별한 분화 전이 덕분에 비디아다라는 대부분 장수종이 직면해야 할 「장수병」의 고통에서 자유롭게 되었죠
「용반규약」의 핵심 원리는 이러한 용족의 힘을 다른 생명체로 전이시키는 거랍니다. 대여 당귀, 복동상, 파월수삼 등 약재의 핵심 작용은 비디아다라 골수 속에 있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데 있죠. 약물을 주사한 뒤 수체가 충분히 작용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장수종은 이러한 「약물」을 통해 「통제가능한」 방식으로 마각의 몸을 유도할 수 있어요. 역병의 재앙의 작용으로 인해 신체 조직은 발육 통제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용족의 힘 덕분에 「이러한 변화를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수체는 이성을 유지하면서 마각의 몸이 얻을 수 있는 힘까지 획득하게 되는 겁니다
단명종에게 이런 약물은 순수하게 용의 힘을 육체에 주입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단순한 접목은 단기간에 신체적 기능을 높여주어 취약한 단명종의 육체이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록 도와주죠. 하지만 처음 접종한 용의 후예 세포가 면역 시스템에 의해 전부 죽어버린 뒤에는 신체적 능력이 급격하게 쇠퇴하며 이러한 쇠퇴를 막을 수 있는 건 약왕의 비전이 개발한 다른 「영단묘약」뿐이랍니다
신책부에서 저에게 약리 해석을 의뢰한 건 해독약 제작을 위해서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반규약」 같은 약물에게 「해독약」 같은 건 없습니다. 해당 약물의 핵심 원리는 욕족의 힘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마각의 몸을 유발하는 거니까요
만약 이런 증상에 대한 「해독약」이 있다면 마각의 몸이 불치병으로 치부될 리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