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공조사(工造司)

외부에서 봤을 때 선주는 신비함이 가득한 곳이다. 바깥세상에서 만든 선주 이야기에는 언제나 신비로운 느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조사의 공업 생산 라인을 보면 다른 문명과 비슷하다. 유일하게 신비롭다고 생각되는 점은 선주 사회의 극도로 느린 신진대사와 특수한 폐쇄성이다. 이 점 때문에 일부 풍습에서 「옛 모습」이 느껴진다.

처음 선주에 왔을 때, 이 문명의 이상한 풍습 때문에 자주 어리둥절했던 것이 기억난다. 선주에서 살았던 대부분의 화외지민은 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처음에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공조사들의 제품들이었다.

당시에 난 비상 상황에 대비하려고 휴대용 조명 장치를 사려 했다. 하지만 상점 전체를 둘러보아도 필요한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평범한 손전등이면 됐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디자인이 딱히 바뀌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런 비상용 소형 전자기기 말이다.

결국 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선주에서 가장 「평범한」 손전등을 하나 찾았다.

공조사는 손전등을 생선 모양으로 만들었고, 텅 빈 생선의 배 부분에서 불빛이 나왔다. 게다가 필요에 따라 불빛 강도도 조절할 수 있고 방향도 조절이 가능했다. 생선 등위에 달린 손잡이를 잡으며 속으로는 상당한 의아함을 느꼈다. 선주 사람들의 눈에는 「평범한」 조명 도구일 수 있지만, 내 기준에 이건 복잡하고 화려하다 못해 예술품이라고 불릴 만한… 손전등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난 선주 공조사에서 만드는 「평범한」 전자기기를 수집했고, 지식학회에 보내 연구를 시작했다. 피드백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들은 대부분 과도한 포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보고서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맹수는 아주 정교하군요. 어떻게 이런 정밀한 동작 모듈을 이렇게 작게 만들 수 있는 걸까요. 가장 특별한 점은 아무런 에너지원 없이 풍력으로만 움직인다는 겁니다. 풍력만 있으면 생동감 있게 움직이죠. 하지만 이 물건의 용도가 대체 뭐죠? 몸에 달려있는 방울과 관련이 있나요?」

내 불쌍한 동료는 공조사의 이상한 기교에 속은 것이다. 사실상 그들의 생각은 정답에 아주 가깝다. 그 「금속 맹수」는 바로 「방울」이기 때문이다. 선주 사람들은 그걸 가게 입구에 달아 방울로 사용하거나 집에 장식품으로 단다. 그게 전부다.

이런 물건에 화려한 장식(가끔은 장식을 본 물건보다 더 정밀하게 만든다)을 추가하는 풍습은 선주의 「옛 모습」을 남기는 전통이 틀림없다. 그들이 모성을 떠나 우주를 탐사하고 불사의 몸을 얻은 후로, 바깥세상과 접촉을 많이 하기까지 우리에게는 아주 긴 세월이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몇 세대의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의미를 잃어버린 구시대 풍습도 일종의 「공통 기억」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져온 것이다.

공조사는 이런 전통을 아주 신경 쓴다. 이건 그들이 각종 의식에 열광하는 걸 보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신생된 생산 라인에서 첫 번째 제품을 만들면 의식을 거행해야 한다. 오래된 생산 라인에서 마지막 제품을 만들어도 의식을 거행하고, 새로운 공방이 만들어져도 오래된 공방이 철거돼도 모두 의식을 진행한다…. 공조사는 자신의 기술 외의 모든 걸 믿지 않지만 그들이 의식을 진행하는 열정은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공조사의 풍습 때문에 그들이 대충 만든 물건이라도 불가사의할 정도로 정교하다. 그래서 먼 날의 이익을 생각해 공조사의 기술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