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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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의 사명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우비가 전쟁터로 나갔어요

연맹과 풍요의 백성 사이의 제3차 대전이죠. 제가 아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이미 참전했지만 우비도 소집령을 받게 될 거라곤 예상치 못했어요

「연맹은 최고의 의사가 필요해. 그리고 마침 내가 바로 그 최고의 의사고. 어쩔 수 없지 뭐!」 우비가 제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일부러 가벼운 말투로 말했어요

전 우비의 손을 꼭 잡은 채 급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부에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꼭 너야만 해? 넌 운기군도 아니잖아. 가고 싶지 않으면 거절해도 되잖아……」

「네 마음 이해해」 제 말에 우비는 부드럽게 절 설득하기 시작했죠. 「난 그냥 종군 의사일 뿐이야. 위험한 상황에 처할 일은 없어. 그리고 천궁의 사명님이 계시잖아. 그분이 날 지켜주실 거야」

우비는 이미 참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 전 애원하다 시피 우비에게 말했죠. 「넌 아주 대단한 사람이야.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넌 아주 잘 살 수 있겠지. 하지만 난 달라. 난 너무 작고 약한 존재야. 네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상상도 할 수 없어. 그러니까 꼭 돌아와야 해」

내 말에 우비는 피식 미소를 지었죠. 「나도 너 없이는 못 살아.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돌아올 테니까」

우비가 제 손을 놓고 전 바닥에 엎드린 채 귀를 막고 몸을 웅크렸어요. 우비가 떠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천궁의 사명님, 제발 우비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지켜주세요

……

장낙천 도심 구역에 마각의 몸에 빠진 자가 나타나 꽤 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해요. 시왕사 판관들은 우리에게 마각의 몸에 빠진 시체를 해부해 줄 것을 의뢰했죠

그 해부 결과가 굉장히 신경 쓰여서 기록을 해둬야겠어요

사망자는 사지가 없고 선천적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천결자였죠. 하지만 해부 결과를 보니 마각의 몸에 빠진 뒤로 그 결함들이 모두 사라졌더군요

그의 사지는 황소보다 더 던장했고 심장은 별뗏목의 엔진처럼 에너지로 가득했죠. 과거의 문헌에서 이와 비슷한 기록을 확인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보니 상당히 충격적이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애써 무시해 오던 치료법이 있죠. 바로 역병의 재앙의 힘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보리인들 중 「천결자」가 나타난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어쩌면 역병의 재앙의 힘을 무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이 모든 건 이론에 기반한 망상에 불과해요. 이런 실험을 한다는 자체가 거대한 죄악일 테니까요

만일을 대비해 이 일기를 조사하실 시왕사 판관남께 말씀드립니다: 이 모든 건 소인의 망상이며 실천에 옮긴 적도 실천에 옮길 계획도 없답니다

……

최근에는 자주 우비와 편지를 주고 받고 있어요.

우비는 전장 후방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일단은 그나마 안전한 곳이죠

하지만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기도하는 것뿐이죠

천궁의 사명님, 제발 우비가 무사할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

전쟁이 드디어 끝났어요. 우리는 승리했지만 우비는 죽어버렸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요. 전장 후방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던 우비가 왜 죽은 걸까요?

전 미친 사람처럼 한참을 물었고 그제야 운기군은 제게 진실을 말해 줬어요

천궁의 사명이 인간 세상에 강림해 신의 화살로 보리인들의 함대를 파괴했고 그분의 신의 은총이 「추가 피해」를 입혔는데 우비가 있던 전쟁 병원이 바로 그 피해 범위 중 하나였다고요.

우비는 풍요의 주민 때문에 죽은 게 아니었어요. 우비는 천궁의 사명님의 신의 화살을 맞아 먼지처럼 사라져버린 거였다고요

천궁의 사명님, 왜 그러신 건가요?

……

천궁의 사명님,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파멸한 모든 것들을 다시 소생시켜주세요

살린 모든 것들을 파괴시켜 주세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당신의 의지와 반대되는 상태로 자랐으면 합니다

하늘에 걸린 별들의 당신의 존재로 인해 꺼지길 바랍니다

이 은하가 파멸의 소유가 아닌 생명의 소유가 되길 바랍니다

연맹이 영원히 명맥을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물론 당신이 원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