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정성껏 오려내어 스크랩한 신문 기사가 붙어 있다. 출처는 ≪수정일보≫다」*
벨로보그의 유서 깊은 「괴테 가문」에 지난 3개월은 가문의 운명을 바꾼 시간이었다.
오스틴•괴테의 장례식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가문의 두 공자가 법정에서 큰 다툼을 벌였다. 엄격하기 그지없는 재판 과정이 모두 끝난 이후, 그레이•괴테가 「반역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벨로보그 시민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추후 본 기자가 사건을 정리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괴테 가문」은 벨로보그 설립 당시부터 명성이 높았던 가문이었으며, 2대 수호자 「철권의 스베틀라나」의 두터운 신임을 받기도 했다——이들은 벨로보그의 내부 세력을 통일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얼마 전 가문의 중심 인물인 오스틴•괴테가 사망하면서 성대한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이 행사에 각계 저명 인사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두 형제에 대해 전혀 공평하지 않은 상속 내용이 적힌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장례식장에서 큰 분란이 일어났다. 유언장 내용은 장남인 와이어트에게는 전 재산의
그레이는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했다. 「아버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유언을 남기셨을 리 없습니다. 둘 다 똑같은 아들인데 대체 왜 이런 차별을……. 누군가가 손을 쓴 게 분명합니다. 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격분을 금치 못하는 그레이와는 달리 장남인 와이어트는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유언에 법적 효력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계실 때, 그레이는 단 한번도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돈을 뜯어내러 오다니… 정말 실망스럽군요」
유언장 논쟁은 그레이의 패소로 끝났다.
모두가 그레이의 패소로 사건이 일단락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호자 타티아나가 그레이•괴테에게 중대한 반역죄를 저질렀다는 판결을 내리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자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수정일보≫는 즉시 클리포트 보루의 대변인과 괴테 가문에 연락을 보냈으나, 기사를 보낼 때까지 양측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에 의하면, 그레이•괴테는 행정구역을 떠났으며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한다.
그레이의 「반역죄」에 관한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호자님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그레이의 형인 와이어트•괴테 역시 이 죄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최근 그레이가 그의 가족을 데리고 설원으로 도주했다는 소문에 대해 클리포트 보루 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 이것이 괴테 가문의 가훈입니다. 저는 언제나 이 말을 명심하며 살아왔지요. 하지만 이러한 일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또 이렇게 빠르게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가문의 앞날에 대해 언급하는 와이어트의 얼굴에는 우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거액의 벌금을 지불하기 위해 가문의 저택을 팔고, 고용인 절반을 해고했습니다. 이제부터 남은 자금으로 다시 시작해서 가문을 일으키고, 용서받을 수 없는 동생의 죄에 대해 보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