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꿈을 좇는 자의 편지

To. 엄마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었어? 얼마 전부터 난방 설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상층 구역뿐만 아니라 하층 구역도 밤이 되면 춥다고 하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곧 상층 구역에서 내놓은 집이 팔릴 것 같아서, 그걸 알려주려고 펜을 들었어. 리벳 타운의 새 점포도 계약했고. 아마 두 달 후에 돌아오면 개업할 것 같아.

대충 계산해 봤는데, 집을 팔아서 받은 돈으로 상가 매입금이랑 대출금을 메꾸고 나면 신용 포인트가 80만 이상 남더라고. 이렇게 보니까 이번에 상층 구역에서 제대로 한탕 했구나. 처음에 떠났을 땐 가진 걸 다 합쳐도 50만 정도였는데 말이야.

요즘에는 상층 구역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지금 집을 판 돈으로 새집을 사려면 아마 계약금 정도밖에 못 치를 거야. 이건 내가 처음 상층 구역에 왔을 때하고 다를 게 없네. 그때는 엄청 빠듯했거든. 돈이 있는 날에는 소시지 하나를 사서 절반만 먹었고, 돈이 없는 날에는 눈을 녹인 물로 배를 채웠지. 더이상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아마 벨로보그 소시지는 앞으로 평생 입에도 안 댈 거야.

처음에는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아서 가격을 정해보려고 했는데, 그냥 관두고 깔끔하게 팔아버리기로 했어. 이곳 상층 구역에서의 삶은 진짜 사람 진을 다 빼서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거든. 특히나 그 벨로보그 은행! 진짜 어처구니가 없어. 고작 며칠밖에 안 지났고, 돈을 안 갚을 것도 아닌데. 대출받을 땐 엄청 잘해주더니 독촉할 땐 아주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라고. 역시 리벳 타운이 살기 좋은 곳인 것 같아. 시골 사람들은 인정이 있으니까.

에이, 이런 골치 아픈 이야기 해서 뭐해. 괜히 열만 받지. 어차피 난 집으로 돌아갈 텐데. 돌아가서는 예전처럼 작은 생활용품점을 열어볼까 해. 상층 구역에서만큼은 못 벌겠지만, 그래도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잖아. 상층 구역에 있을 때처럼 바쁘게 살아봤자 뭐해?

하, 자꾸 상층 구역 이야기를 하게 되네. 그래도 어쨌든 잘 버텨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일이 잘 처리되고 나면 다시 연락할게.

추신:
건강 챙기고, 잘 지내!

아들내미 로버트•모드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