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um 붕괴: 스타레일

네 번째

축성 기원 699년 3월 21

그냥 다 빨리 망해버려라. 과학을 존경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니.

줄곧 ≪수정일보≫의 다니엘 만큼은 어느 정도 학문이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완전히 잘 못 봤다. 처음으로 다니엘을 만났을 땐, 그래도 진지하게 대화도 나눌 수 있었고, 내 빈틈도 일부 발견할 수 있었다. 약간의 실수는 문제가 안 된다. 과학의 길에서 지기를 찾아냈다는 게 중요했다. 난 매달 다니엘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새롭고, 가장 앞서가는 인사이트를 그에게 나눠주었다. 이런 친구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다니엘은 지금 별별 이유를 대며 나를 피하고 있다. 흥, 그가 이제 내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거겠지. 뭐 어떤가, 이런 사소한 불화들은 신경도 안 쓰인다.

저번에는 투자자 명단을 부탁했다. 이런 사소한 일조차도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그건 신문사 편집자들 전문 아닌가? 물리를 공부하라는 것도 아니고! 신문사 앞에서 이틀을 죽치고 앉아 있다가 드디어 다니엘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내가 열계 괴물인 것 마냥 나를 보자마자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재능도 양심도 없는 사기꾼 같으니라고! 그런 놈을 친구라고 여기다니! 이 따위로 날 대해?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테다. 후회나 하라지

아직까지도 내게 연락한 투자자는 한 명도 없다. 과학 살롱은 그냥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결국 내가 직접 투자자를 끌어와야 하나. 과연 과학계에 아직 미래가 있을까?